3 진격의 거인 – 에렌의 마지막 선택 (진실·자유·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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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진격의 거인 – 에렌의 마지막 선택 (진실·자유·의지)

by 라이프머니스트 2025. 5. 21.

진격의 거인 에렌의 마지막

『진격의 거인』의 최종장에서 주인공 에렌 예거는 인류의 미래를 위한 비극적인 결단을 내린다. 그 선택은 거대한 진실을 마주한 자의 고뇌, 자유를 갈망하는 자의 행동, 그리고 끝끝내 인간으로 남기 위한 의지를 담고 있다. 이 장면은 시청자에게 충격과 깊은 여운을 동시에 남겼다.

거대한 진실 앞에 선 인간

『진격의 거인』은 단순한 괴수 액션물이 아닌, 인간성과 세계의 구조, 그리고 자유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서사로 진화해 온 작품이다. 그 중심에 선 인물 에렌 예거는, 초기에는 단순히 거인에 맞서 싸우는 복수자였지만,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점차 복잡한 진실과 세계의 이면을 마주하게 된다. 특히, 파라디 섬 밖의 세계가 존재하며, 그 세계로부터의 압도적인 증오와 공포가 현실임을 알게 된 순간부터, 에렌은 다른 차원의 선택을 요구받게 된다. 그는 ‘좌표’의 힘을 통해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고, 자신의 기억을 뛰어넘는 거대한 흐름 속에 놓인 인류의 운명을 목격한다. 그 진실은 무겁고, 잔혹하며, 단순한 영웅서사로 포장할 수 없는 복잡성을 띤다. 에렌은 선택의 순간마다 점점 더 외로워지고, 끝내는 동료들마저 자신에게 등을 돌리게 되는 길을 걷게 된다. 그가 선택한 ‘지구지층 붕괴 작전’은 인류의 대부분을 말살함으로써, 파라디 섬의 안전을 확보하려는 극단적 행동이었다. 이 선택은 명백한 악이며, 인류 전체를 적으로 돌리는 결과를 낳는다. 그러나 에렌은 이 진실을 마주한 뒤에도 자신만의 해석을 통해 행동한다. 그는 세계의 구조가 파라디 섬을 절멸시키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점을 깨달았고, 그 흐름을 단숨에 전환시키기 위한 유일한 방안으로 ‘초월적 악’이 되기를 자처한 것이다. 이 장면은 단순히 주인공이 악인이 되는 과정이 아니다. 그것은 진실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 선택이 정당화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뇌의 표상이다. 에렌은 자신의 신념을 관철시키기 위해, 인간성을 포기하는 선택까지 감수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무엇이 옳은가’보다 ‘무엇이 필요한가’에 더 집중하게 된다. 이처럼 서사는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을 거부하고, 그 사이의 회색지대에서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고자 한다. 결국 에렌의 선택은, 진실을 마주한 자가 도망치지 않고 끝까지 책임지려는 인간의 표상으로 그려진다. 이 장면이 감동적인 이유는, 에렌이 강해서가 아니라 끝까지 약한 인간으로서 고뇌하며 움직였기 때문이다. 그의 마지막 선택은 우리가 무엇을 보고,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하는지를 묻는 거울이다.

 

자유를 위한 대가

『진격의 거인』에서 자유는 끊임없이 갈망되었고, 끊임없이 위협받았다. 벽 안의 사람들은 벽 너머의 진실을 알지 못한 채 살아왔으며, 그 무지 속에서 제한된 자유를 ‘당연한 삶’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에렌은 이 벽을 넘은 최초의 인물 중 하나였고, 동시에 가장 멀리까지 진실을 목격한 자였다. 그는 자유를 얻기 위해 싸웠으며, 아이러니하게도 그 싸움은 점점 더 자유를 억압하는 방식으로 변해갔다. 에렌은 자유를 신념처럼 여겼다. 그의 행동은 전부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그는 누구보다 많은 이들의 자유를 박탈하는 존재가 된다. 수억 명의 인류를 짓밟는 ‘지축의 붕괴’는 자유를 위한 행동이라는 이름 아래 가장 거대한 억압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아이러니는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비극성과 긴장감을 상징하며, 시청자로 하여금 에렌의 선택을 쉽게 평가하지 못하도록 만든다. 이 장면의 강력함은 에렌이 단순히 독단적인 폭군이 아니라는 데 있다. 그는 끝까지 자신이 옳다는 신념을 유지하면서도, 그 결과가 남긴 상처와 피해를 깊이 인식하고 있었다. 그는 스스로의 죄를 알고 있었고, 그것이 용서받을 수 없는 것임도 이해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행동했고, 그것이 바로 그의 자유였다. 자유는 책임을 동반하며, 그는 누구보다 그 책임을 자각한 인물이었다. 에렌의 자유는 무책임한 해방이 아닌, 고통을 감수한 채 얻은 결단이었다. 그는 누구보다 자유를 원했지만, 그 자유는 결코 아름답지 않았다. 사람들은 종종 자유를 이상적으로 생각하지만, 이 작품은 자유의 이면에 자리한 고통과 선택의 무게를 냉정하게 그려낸다. 에렌은 그것을 알고 있었고, 끝까지 그 무게를 안고 가는 인물이었다. 결국 본 장면은 ‘자유란 무엇인가’에 대한 작품의 핵심 질문을 완결하는 순간이라 할 수 있다. 에렌은 비난받을 자유를 택했고, 사랑받을 수 없는 길을 걸었다. 이 모든 것이 단지 파라디 섬의 미래를 위해서였다. 이처럼 『진격의 거인』은 자유의 복잡성과 불편함을 에렌이라는 인물을 통해 극한까지 끌어올려, 시청자에게 도덕적 판단의 어려움을 던진다.

 

인간으로 남기 위한 의지

에렌의 마지막 선택은 그가 괴물이 되기를 선택한 순간이자, 동시에 인간으로 남기 위한 의지의 표현이었다. 그는 진실을 알고, 자유를 원했고, 그 모두를 이루기 위해 스스로를 악으로 던졌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인간으로서의 감정, 고통, 그리고 사랑이 분명하게 존재하고 있었다. 그는 미카사와 아르민, 그리고 자신이 지키고자 했던 동료들을 사랑했고, 그들을 위해 괴물이 되기로 결심했다. 그의 마지막 대화에서 드러나는 진심은 매우 인간적이다. 에렌은 미카사를 사랑했지만 그 감정을 숨기고, 아르민에게 미안함을 고백하며, 자신의 죽음 이후의 세계를 걱정한다. 이토록 인간적인 모습은, 그가 괴물의 탈을 쓴 인간이었음을 증명한다. 결국 그는 세상과 동료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선택을 한 것이다. 미카사가 에렌의 목을 베는 장면은 이 서사의 절정을 장식한다. 사랑하는 사람의 손에 죽는다는 것은 가장 큰 비극이면서도, 동시에 가장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다. 에렌은 미카사가 자신을 죽임으로써 새로운 세계를 시작하길 바랐고, 미카사는 그 기대에 응답했다. 이 장면은 두 사람의 감정과 신념, 그리고 작별이 응축된 순간이다. 에렌의 의지는 죽음 이후에도 이어진다. 그가 남긴 영향은 새로운 세대에 계승되며, 그의 선택은 역사의 교훈으로 남는다. 에렌은 영웅도, 완전한 악인도 아니었지만, 인간으로서의 모든 감정을 끝까지 지닌 채 살아갔다. 그의 선택이 완벽했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그가 보여준 고통과 결단은 의지의 본질을 상징한다. 『진격의 거인』은 이처럼 한 소년의 선택과 의지를 통해 거대한 세계의 변화와 인간의 본질을 탐구한 작품이다. 에렌의 마지막 선택은 단지 하나의 결말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맞이할 수 있는 도덕적 딜레마와 존재의 가치를 묻는 통로였다. 그는 죽음으로 자유를, 사랑으로 전쟁을 멈췄다. 그리고 그 모든 결정의 끝에, 인간으로서의 의지를 지켜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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