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루토』의 수많은 명장면 중, 이타치 우치하의 최후는 가장 비극적이면서도 감동적인 순간으로 회자된다. 이 장면은 그동안 숨겨졌던 진실이 드러나고, 형제간의 깊은 유대가 확인되며, 이타치가 자신을 희생한 이유가 밝혀지는 결정적인 전환점이다.
그가 감추었던 진실
『나루토』는 단순한 닌자물 이상의 깊은 서사를 가진 작품이다. 그중에서도 우치하 이타치는 복잡한 사연을 지닌 인물로, 첫 등장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그는 잔혹한 방식으로 자신의 일족을 몰살시키고, 동생 사스케에게 복수심을 안겨주며 떠난 인물이다. 그러나 이러한 이타치의 모습은 진실의 일부에 불과했다. 그의 최후를 통해 드러난 진실은 시청자에게 큰 충격을 안기며, 캐릭터의 의미를 완전히 재정의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타치가 선택한 길은 단순한 악역의 행보가 아니었다. 그는 우치하 일족이 마을에 반기를 들 준비를 하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고, 그에 따라 내전을 막기 위한 결정으로 일족을 제거하라는 명령을 받은 것이다. 그는 이토록 무거운 결정을 자신 혼자 짊어졌고, 동생 사스케만은 살려두는 조건으로 모든 오명을 뒤집어썼다. 이는 단순한 임무 수행이 아니라, 마을과 동생을 위해 스스로 괴물이 되는 선택이었다. 이 장면에서 이타치의 진실은 그의 죽음과 함께 밝혀진다. 사스케와의 마지막 전투에서 모든 힘을 다해 싸우고, 결국 쓰러지면서도 이타치는 마지막 순간 사스케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톡 건드리는 익숙한 행동을 한다. 이는 과거 어린 사스케와의 기억을 상기시키는 상징적 제스처이며, 사랑과 보호의 의미가 담겨 있다. 이 짧은 순간은 말보다 강한 진심을 전달하며, 그동안 감추고자 했던 진실이 하나의 이미지로 응축되어 표현된다. 이타치의 최후는 단순한 죽음을 넘어, 진실의 무게를 감내한 한 인물의 절정으로 기능한다. 그는 끝까지 자신의 진의를 드러내지 않으려 했지만, 오로치마루의 힘을 끌어낸 사스케와의 전투 속에서 필연적으로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게 된다. 이는 작품 전체의 서사를 뒤흔들며, 정의와 악, 충성과 배신이라는 개념에 대한 시청자의 인식을 재구성하는 힘을 가진다.
형제로 이어진 인연
이타치와 사스케의 관계는 단순한 가족의 범주를 넘어, 작품 전반에 걸쳐 반복되는 주제인 ‘연결’의 본질을 대표한다. 형제는 때로는 원수가 되고, 때로는 가장 가까운 거울이 되며,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 채 충돌을 반복한다. 이타치와 사스케 역시 그런 관계였다. 사스케는 오랜 시간 동안 형을 증오했고, 그를 넘어서는 것을 삶의 목적이라 여겨왔다. 하지만 그 감정의 밑바닥에는 존경과 사랑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타치가 사스케에게 보여주지 않았던 진심은, 그를 지키기 위한 철저한 연기였다. 사스케가 강해지도록 유도하고, 동시에 자신이 죽은 뒤 진실을 알게 되도록 정교하게 계획했다. 그는 동생의 인생을 설계하면서도, 자신의 모든 감정을 억누르고 단 한 번도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는 냉혹한 결단이자, 가장 고통스러운 형제애의 발현이다. 전투 중 이타치는 사스케의 모든 기술을 받아들이고, 그를 궁지로 몰아가지만 결국엔 스스로 패배를 선택한다. 그는 사스케가 스스로 승리했다고 믿게 하며, 그를 성장시킨다. 이타치의 방식은 잔인해 보일 수 있으나, 이는 어쩔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유일하게 선택할 수 있었던 형의 방식이었다. 그 어떤 말보다도, 그의 행동이 형제간의 유대와 사랑을 증명해 주는 결과였다. 이 장면이 감동적인 이유는 이타치가 끝까지 사스케를 보호하려 했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비록 진실을 숨기고, 자신을 증오하게 만들었지만, 결국 모든 것은 사스케의 행복과 자유를 위한 선택이었다. 형제라는 관계는 때로 말보다 깊은 이해와 희생으로 연결되며, 이타치의 최후는 그러한 관계의 극치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마지막까지 이어진 희생
이타치의 죽음은 단순히 한 캐릭터의 퇴장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하나의 희생이 어떤 방식으로 의미를 가지는지, 그리고 그 희생이 어떻게 후속 세대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는 결정적인 사례다. 그는 자신을 악역으로 남겨둔 채, 사스케가 스스로 길을 찾도록 조력했다. 이 과정은 비록 직접적이지 않지만, 매우 치밀하게 구성된 희생의 서사다. 이타치는 그 어떤 인정도 받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고, 그 진실을 알게 된 이는 오직 사스케뿐이었다. 그러나 그의 선택은 사스케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사스케는 형의 진실을 알게 된 후, 복수라는 목적을 상실하고 혼란에 빠진다. 동시에, 그는 형이 했던 선택의 무게를 체감하며, 자신 역시 그 의미를 어떻게 이어갈지를 고민하게 된다. 이는 사스케의 또 다른 성장의 전환점이자, 시청자에게도 깊은 여운을 남긴다. 희생이란 단어는 종종 미화되기 쉽다. 그러나 이타치의 선택은 그런 단순한 의미를 넘어선다. 그는 자신을 증오하게 만들고, 모든 이로부터 외면당한 채 죽어가는 길을 택함으로써, 진정한 의미의 ‘이타적 행동’을 실현했다. 그는 아무도 기억하지 않을 희생이 가장 강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 장면이 시청자에게 강하게 남는 이유도, 그러한 ‘기억되지 않음’ 속의 깊은 숭고함 때문이다. 결국 이타치의 마지막은 『나루토』라는 작품의 윤리와 철학을 가장 농축된 형태로 전달한다. 그것은 관계를 위해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가, 진실을 위해 침묵할 수 있는가, 그리고 사랑을 위해 끝까지 괴물이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타치는 그 모든 물음에 ‘예’라고 답한 인물이며, 그의 최후는 단순한 죽음이 아닌 살아있는 메시지로 우리에게 남는다.